노을 만 평





누가 잡아만 준다면
내 숨 통째 담보 잡혀 노을 만 평쯤 사두고 싶다
다른 데는 말고 꼭 저기 폐염전 옆구리에 걸치는
노을 만 평 갖고 싶다

그러고는 친구를 부르리
노을 만 평에 꽉 차서 날을 만한 철새
한 무리 사둔 친구
노을 만 평의 발치에 흔들려줄 갈대밭
한 뙈기 사둔 친구

내 숨에 끝날까지 사슬 끌려도
노을 만 평 사다가
친구들과 옛 애인 창가에 놀러가고 싶네

- 신용목,『그 바람을 다 걸어야 한다』(문학과지성사, 2004)


+)

저러한 풍경을 본 적이 있다. 갈대밭은 노을빛 닮은 만 평 금빛 바다로 변하고 시름 없는 철새떼 노을에 무수한 점 찍으며 날으는. 폐염전 옆구리는 아니었지만, 며칠 전 찾은 순천만의 노을 무렵이 딱 저러하였다.


Posted by 이야기™

함민복, <닻>

2008/01/19 13:39







파도가 없는 날
배는 닻의 존재를 잊기도 하지만

배가 흔들릴수록 깊이 박히는 닻
배가 흔들릴수록 꽉 잡아주는 닻밥

상처의 힘
상처의 사랑

물 위에서 사는
뱃사람의 닻

저 작은 마을
저 작은 집

- 함민복,『말랑말랑한 힘』(문학세계사, 2005)


+)

나의 닻은 무엇인가
나는 무엇의 닻인가
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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